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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또 아닌 놈이 주둥이만 나불댔었네!

 

좀 전에 나는 페북에서 친구 놈 사이트 들어가서 녀석이 올린 사진들 쭉 훑었었다.

애초의 목적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냥 쭉 훑었었다.

 

알림에 누군가가 날 추천했다기에 그자가 누굴까 싶기에 그것 확인차 이것저것을 눌렀는데 거기 코딱지만 한 사진과 함께 익숙한 이름 하나가 보인다.

 

[김상호] - 상호라 상호???

가는 김상호가 아니고 박상호가 아녔었던가???

 

아무래도 확인 해 봐야 하겠다.

 

그래서 그 사진을 눌러 그 사람 사이트에 들렀는데 애가 진짜 내 친구다.

그 이름도 착각한 박상호가 아니고 김상호가 맞다.

 

그래서 갑자기 상호한테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래서 녀석도 인제 다 컸는데 솔직히 내 입이 안 떨어져서 말은 못 하고 그냥 앨범 보듯이 녀석의 사이트에 올린 사진만 하염없이 들여다봤지.

 

내가 이처럼 민망한 건 무슨 탓일까?

 

처음엔 아닌 것처럼 위장할 생각이었던지 죄 없는 [박상호]가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 그 녀석 지금도 수원에 살고 있을까? -

40년은 안 됐고 37년쯤 전에 내가 고흥에서 [국방부] 소속의 한 일원으로 지낼 때 만났던 친구다.

 

내가 사는 지역과 다른 면 단위에서 들어온 녀석으로 나보다 몇 기수가 빨라서 소위 말해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 다닌다는 말년에 있던 놈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 성질머리 징그럽게도 착실하다.

상황실에서의 장부 정리나 보고! / 또는 타 분대와의 무전 방식이나 그 방법! / 취사병으로서의 행동 수칙이나 요령! / 거기다가 이발병의 군인에 대한 이발 방식과 숙련을 위한 행동 방식! /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익히고 수련하기 위한 정신 자세!

 

그야말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내게 일목요연하게 일사천리로 전수하고 떠났던 친구다.

제대(소집해제)한 뒤 나중엔 내게 편지도 보냈던 놈이다.

학교 입학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나보다 일 년 선배였지만, 낫살로는 동갑이기에 거리감이라도 털끝만치도 없었던 참한 벗이었는데….

 

막상 우리 대면하고는 한 번도 맞짱 튼 적도 없었지!

왜냐면 내가 현역병에 꿀리지 않으려고 철저히 ‘FM’을 준수하려고 했거든.

대신에 현역병이나 소대장이 도리어 나한테 많이 까였어! - [매우 아이러니하고 우습지만]

 

그렇게 그 박상호를 갖다 붙여 놓고 변명거리 찾던 중에 느닷없이 내게 소리치는 거야.

[조또 아닌 놈이 주둥이만 나불댔었네!]

다른 놈도 아니고 내가 나한테 소리친 거지.

 

얼마 전에 누군가와 만나서 나누는 중에 내 입에서 별의별 소리가 다 튀어나왔던 거 있지?

- 그것이 형님의 [영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

- 그게 바로 그간에 쌓아온 [내공]이며 [심리적 자산]이 아니고 뭐겠어! -

 

그 순간에 했던 그런저런 말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친다

.

그랬기에 반사적으로 저런 팩트가 확 튀어나왔다.

 

오늘 말고도 그간에 몇몇 친구들 혹은 선배님 면면이 페북에 흘렀었지만, 대뜸 [친구 추가]를 못하는 것이 뭣 때문이니?

 

아무려면 류중근이 진짜로 [주눅] 들어 그런 것일까?

친구뿐만이 아니고 세상 모두에 주눅 들었나 보다.

 

= 정말이니? 중근이 너 진짜로 주눅 들었어!!! =

그 부분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런 말품이 떠오른다.

 

[내 아름으로 품을 만큼만 / 오롯이 비켜도 무방할 만큼만]

아무래도 왜소해지고 초췌해진 까닭이 [욕심] 말고 다른 까닭은 떠오르지도 않네.

 

그렇다! 누구를 만나든지 삶에 대한 자세! / 미래에 대한 비전! / 뱉은 말에 대한 책임!

그 모두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나불거리자!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가닥이 잡히거든 여태 손도 못 내밀었던 한 시절의 내 주변(형기‘순임이 등등)에 살며시 내밀어 봐야지-

 

- 친구야! 친구면 그냥 친구지 다 늙어가는 이 마당에 더 쌓을 게 어디 있니? 그냥 다 내려놓고 살자! 응??? -

그러면서 우리 언젠가는 거리낌 없이 차 한잔할 수 있겠지!

 

- 상호야 고맙다 / 다 네 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