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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물건 무조건 고쳐 쓰는 게 장땡이 아니겠더라!

 

작년인지 재작년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 한번은 온몸이 으슬으슬 죽겠더라.

감기인 듯도 하고 몸살인 듯도 하고-v

 

말 그대로 으슬으슬 춥기도 해서 감기 증상도 같아 꾹꾹 누르고 참아도 봤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팔다리 어깨 그러니까 몸에 붙은 근육이 아팠던 거야.

그걸로 봐선 틀림없이 몸살인데-

 

나중에 친인척이나 주변의 코로나 감염 경험자한테서 들었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나 역시도 코로나에 걸렸던 듯싶기도 하다.

그 고통의 나날이 사나흘도 아니고 한 열흘쯤을 알았던 거야!

 

그 뒤로 어느 한날에 곰곰이 생각했지.

 

- 내 식습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

- 인제부터는 수돗물 그대로 먹는 걸 줄이고 끓여서도 먹어 볼까? -

 

다소 촌스럽기도 하겠지만, 나는 자연의 생수를 좋아한다.

혹여 산골짜기 들렀다면 거기서 흐르는 물 마구 퍼마셨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소독'까지 마치고서 우리 집에 들어온 물이니 거기서 더 가공할 필요가 있겠는가 싶었기에 수돗물을 그냥 즐겼던 터다.

평소 목마를 때도, 밥 먹고 나서도, 심지어 누군가가 놀러 왔을 때도 무심코 부엌의 수도꼭지 올려 물 받아 전하려다가 아차! 하고서-

 

그랬었는데 나도 함께 사는 어머니나 남동생처럼 가능하면 물 끓여서 먹어 보기로 했었다.

그러자면 어머니나 동생이 쓰는 '전기주전자' 말고 나만의 장치를 쓰고자 했다.

 

어쩌면 4, 5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그 당시에 우리 집에서 쓰는 전기주전자가 써온 지 오래되어 낡았던지 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리저리 아무리 쳐봐도 작동하지 않았다.

 

동생이 일터 다녀온 길이었나 아니면 다른 데 들렀다가 오는 길이었나 어디선가 새 놈을 하나 들여왔다.

그런데 그놈도 일주일을 못 가고 작동을 멈춰버렸다.

그러자 동생이 또 하나를 구해 왔었다.

 

성깔이 괴팍한 나는 고장 난 물건 내버려 두지 않고 토닥거리길 좋아한다.

한마디로 매우 부잡스럽다.

매우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새순이 쑥쑥 자라는 봄날의 소나무를 잘라내어 그 매듭을 이용해서 '이순신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의 큰 칼을 만들기도 하고 또 통이 큰 대나무 속을 파내면 그것이 칼집이 된다.

그 칼집을 만들다가 낫으로 옹이 쳐내는 과정에서 왼손의 엄지를 베어버렸다.

 

그 어린 나이에 산중에서 무슨 약이 있었겠는가?

얼른 부엌으로 가서 아궁이에 재를 한 줌 쥐어 베어서 덜렁거리는 엄지 위 두덩에 뿌리고 걸레로 쓰는 헝겊을 베어 그 자릴 돌돌 말았다.

그러나 그걸로 그 상처가 회복될 리 없었기에 오늘날에도 내 왼손 엄지손가락 손톱은 사각의 마름모꼴로 자란다.

 

그러기에 지금도 자꾸 중심 못 잡고 비틀린 내 몸이 벽이나 문틈 잘못 짚었다간 틀림없이 그날 왼손 손톱이 갈라져서 그 자리 피가 흥건해진다.

 

그 어렸을 때부터 부잡스러웠던 나는 라디오, 텔레비전, 시계, 핸드폰, 컴퓨터 그 어떤 거라도 고장이 나면 무조건 들이대고 토닥거려서 '불난 집에 부채질'내지는 '혹 때려갔다가 혹 붙이고'만다.

이론적으로 학문적으로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에 그 정도를 갈 리가 있겠는가?

그러다가도 어쩌다가 운이 좋으면 그 기능의 일부를 살려내기도 했었다.

 

그런 부류에 든 놈 중 한 놈이 바로 이 '전기주전자'다.

기왕에 고쳐보려고 마음먹었기에 우리 집에서 가장 길게 써왔던 놈을 뜯어 제쳤다.

 

그걸 뜯으면서 은근히 기대고 바라는 바가 있었는데 막상 뜯어놓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중학교 다닐 땐가 초등학교 다닐 땐가 그건 잘 모르겠는데 다리미의 높은 온도를 조절하면서 스스로 켜지거나 꺼지는 금속 '바이메탈'을 떠올린 탓이다.

 

아마도 전기주전자 안에도 바로 그 시절에 배웠던 그 바이메탈이 들었을 거로 여겼는데 그 모양새가 너무나도 다르더라!

그럴 뿐만이 아니라 그 전기 배선이나 구조도 복잡하고 산만하여 그대로 [맨붕!!!]-

 

그리하여 나는 다 뜯어내고 차라리 전기 설비의 '원시 구조'로 이 물건을 개조하려고 했었다.

그건 이랬다.

 

전원선 한끝에 열선의 한끝을 묶고 열선의 다른 한끝엔 일반 스위치와 전원의 다른 한 선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그 안의 고장 난 모든 부속과 전선을 니퍼나 펜치로 부수고 잘라낸 뒤 그렇게 연결했었다.

그렇게 하고서 그것 전기주전자에 물을 붓고서 시험해 보는데 진짜 문제는 그제야 제대로 보였다.

 

물이 팔팔 끓어서 넘칠 것만 같았는데 어느 시점에 스위치를 수동으로 꺼야 할지(전원을 끊어야 할지) 난감해지더라.

 

인터넷 검색해서 '열감지기' 다시 말해서 '전기 주전자용 열 감지 센서(?)'를 주문했었다.

그것이 막상 배송됐는데 그 회로도를 읽을 수도 없고 또 하나 전기주전자에 붙었던 모든 부속을 다 부수거나 잘라 버렸기에 이건 그야말로 맨붕에 맨붕을 더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기왕에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했다.

 

여기서도 또 그 말을 써먹게 되네!

 

[천신만고] 그렇다! 바로 그 [천신만고] 끝에 전기주전자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됐었다.

당시에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그 전기주전자를 꺼내서 이따금 나는 물을 끓여 먹었다.

그렇게 쭉 써왔었는데 얼마 전에는 그것 모양새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 음! 저놈 스위치를 고풍스럽게 매달자! -

그런 각오로 그것 스위치를 길쭉한 나무토막에 나사못으로 고정한 뒤 그 나무토막을 전기주전자 손잡이에 매달았다.

- 오! 멋있어^!^ -

 

여기서 끓인 물도 더 맛나게 느껴지더라!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에 그것 전기주전자 밑바닥에 손을 댔다가 너무나도 뜨거운 거가 닿아서 소스라치고 말았다.

 

주전자 밑바닥 가운데로 쇠꼬챙이 같은 게 길게 나왔는데 그것이 그렇게 달궈졌음을 그제야 알았던 거다.

그 밑은 오목했는데 그 자리로 가연성 물질(헝겊 또는 종이)이라도 오랜 시간 머문다면 이는 화재로 이어질 계제가 커 보이더라.

 

- 불난 집에 부채질 -

- 혹 떼려다 혹 붙여 -

 

즉시 인터넷 검색해서 물건(전기주전자)을 고르게 됐다.

전기주전자 하나로도 진짜 물건이 정말 다양하더라.

그 가격대도 다양했었고-

 

나는 고가의 고급 물건을 원했던 것도 아녔기에 택배비 보내서 일만 원 안짝에서 맞추고자 했는데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더라.

아! 이번에 사들인 놈은 내가 또다시 토닥거리지 않게끔 오래도록 고장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뭘 어떻겠니?

 

 

~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