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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가 진작에 육십을 넘겼다고???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잠들었을 묘지의 봉분은 그 세월과 함께 점점 시들해지고, 쇠퇴하여 마침내는 그 흔적마저도 무디어진다.
그러함에도 봉분 자리 주변은 곱상한 잔디로 그 자리의 위용을 떠받치는 예가 흔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집 주변에 있던 거기 묘지는 나의 놀이터였다.
1970년을 기점으로 앞쪽으로 한 해 뒤쪽으로도 한 해를 보내 모두 세 해를 통틀어서 말이다.
비닐 비료 포대가 매우 귀했던 시절인데 - 누리끼리한 노랑 바탕의 시멘트 포대나 비료 포대는 헤진 문짝에 문종이(한지) 대신으로 쓰거나 철철이 때가 되면 연(주로 가오리연) 만드는 재료로 써야 했기에 그 산촌에서 나와 사촌 형제들은 그런 물품은 보이는 족족 보물단지에 들어가야 했었다.
그랬기에 우리가 거기 경사가 있는 오래된 묘지를 찾을 땐 비닐 비료 포대를 우비 둘러쓰듯이 머리에 쓰고서 찾아가곤 했었다.
그러고는 그것 비료 포대에 앉아서 잔디를 미끄럼틀 삼아서 미끄럼을 탔었다.
현대의 물썰매장이 그렇듯이 저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지고 나면 다시 비닐포대를 주워 들고서 묘지 봉분 말고 그 옆자리 단정하게 차려진 자리 가장 윗부분까지 올라서 다시 미끄러지길 반복했었다.
그 길이 고작해야 4~5미터도 안 됐을 텐데….
또 하나는 경사가 너무 약해서 잘 미끄러지지 않아 다른 동무가 세차게 밀어줘야 미끄러졌을 텐데….
그것이 그렇게도 재밌었다.
82년에서 85년 사이 어느 시점에 나는 '본촌공단'에서 일했었다.
용접공으로 내 생애 한 번도 보지 못한 철제 책상이나 걸상 뼈대를 용접하는 일을 했었다.
내가 마지막 공식적인 학부를 끝낸 해부터 학교의 책걸상이 나무에서 그렇게 바뀌었나 보다.
그러면서 나는 본촌공단이 있는 근처 마을에 셋방을 얻었었다.
양산동 / 연제동 / 양산동….
이렇게 삼 년을 연초제조창이 있는 그 동네서 살았다.
나의 첫 공장 생활은 광천동에서 시작했는데 갑자기 본촌공단으로 옮긴 통에 근태 정산(월급 정리)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다.
나중에 다시 찾아갔더니 내 친구들이 월급날에 찾아갔단다.
학교를 졸업하여 뿔뿔이 흩어진 마당에 그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결국은 떼인 거나 마찬가지지….
어쨌든, 본촌공단에 다니면서 별별 상황과 맞닥뜨렸다.
어떤 놈은 조금만 풀어주면 기어오르려고 했고, 어떤 놈은 퇴근하면서 누군가의 집 블록 담장에 놓인 화분을 그냥 가져가자고 유혹하는 이도 있었다.
또 다른 이는 나이가 나랑 동갑이면서도 한두 살씩 올려잡아서 거기 있는 내내 내가 녀석한테 '형님'해야 했던 녀석도 있었다.
하여튼, 거기서 일한 게 기화가 되어 시골에 있었던 동생이 그 공장에 들어갔었고 또 어머니도 시골 생활을 청산하시고 그 공장에 들어갔었다.
나는 이미 그 공장을 벗어나서 주변의 다른 공장을 떠돌거나 '포대'에 생필품을 담아 방문판매를 하기도 하다가 나중엔 광주를 벗어나 부산으로 갔다가 서류 미비(외항선 타는데 필요한 서류)로 그길로 아예 대구로 올라가서 대구에서 살았을 때다.
거기 대구에서는 선거철에 평상시 듣거나 보지도 못했던 '민중의 당(기억이 오래되어 확실치 않다)'을 보았는데 공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그곳을 몇 번이나 지나쳤어도 사람 그림자는 안 보이더라!
마침, 내가 속한 공단(3공단)엔 그런 당 후보자는 없었고 '우리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 되어야 한다!'라는 투로 말씀하셨던 어느 야당 후보가 있어 나는 그를 찍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광주에서 본촌공단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대구 이야기는 뭐냐!!!
그러니까 다시 광주로 와서….
연제동의 자취하는 집은 그 마을의 끝자락에 있었다.
그랬기에 집을 조금만 벗어나면 논밭 때기나 크고 작은 야산이 나타난다.
하루는 자취방을 나와 집 주변을 서성이는데 거기 한편에는 그 옛날 우리 시골집(1971년 이전) 근처에서처럼 다 허물어진 봉분이 있더라.
너무도 헐었기에 봉분이라기보다는 묘소 자리쯤으로 말하는 게 나을 게다.
그랬지만, 거기 봉분 터 주변으로도 잔디가 깔끔하고 매끄럽더라.
그래서 찾아갔지.
거기 봉분 자리 곁의 멀끔한 잔디에 누워서 나만의 낭만을 씹고 있었는데 허벅지며 팔뚝을 타고 개미가 극성이다.
그러고 보니 거기 봉분 터에 구멍이 숭숭한 게 개미집이라도 들었나 보더라.
'동작 그만^ 이 새끼들 물러나지 못해! 너희들 그러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어!!!'
밤중이면 클레이모어 폭탄도 보았고, M203 유탄발사기도 내 근처에서 늘 봤던 터라 그쯤이면 그 동네 본촌동 소속으로 예비군 훈련에 참여했을 시점이리라.
내가 눈은 나빠도 부대에서 훈련 중 우리 지역 단기사병 사격수이기도 했었다.
그런 내게 콩알보다도 작은 개미들이 겁도 없이 무단으로 침입했던 터다.
그런데 솔직히 좀 겁나더라!
'중국 놈들은 이보다 더한 놈들도 먹어댄다는데 나라고 못 할 쇼냐!!!'
아주 작은 불개미 같은 건 아예 보이지도 않았지만, 새끼손톱 길이의 새까만 놈들은 통통하여 보기도 좋았다.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생각 없이 달려들어서 내게 잡히는 놈은 무조건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냥 삼켜지진 않더라! 그래서 혀를 돌려서 녀석을 툭 깨물었지!
그러면 살짝 짭짤한 것도 같고 은근히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노동'에 관한 그 어떤 상식도, 지식도, 지혜도 없었던 때인데, 오로지 반공사상과 반일 감정이 전부였던 초대형 보수주의자였었는데….
아~ 무상한 세월!
아~ 무상한 인생!
아~ 그리운 동무들!
아~ 보고픈 친구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하고픈 마음은 여전하니 하늘이시여 나무 관세음보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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