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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엔 아직도 공중전화기 부스가 있다.

 

며칠 전부터 나는 한쪽 무릎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특히 아픈 쪽 무릎은 구부릴 수가 없기에 내 일상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했다.

손목이나 발목 삐끗했을 때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따끔거려서 그 고통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를 시험하는 듯하더라.

 

내가 / '류중근'이 / 동물로서 '고통'에 대한 내성이 과연 얼마쯤일까?

 

도저히 못 참겠기에 그날은 아픈 다리 질질 끌고서 약국에 다녀오려고 했다.

 

멀쩡한 다리에 힘주고서 나머지 다리는 힘주지 않고 그냥 끌면 빠르지는 않지만, 아주 천천히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아주 먼 거리도 아니고 우리 아파트 상가에 딸린 약국에 다녀올 참으로-

 

그러나 아픈 다리에 힘주지 않고 걷는다는 게 실내도 아닌 실외에서 어디 그게 가능했으랴!!!

예닐곱 걸음마다 그러지 않아도 비틀거리는 내 몸이 그 중심 잡고자 힘주지 말아야 할 무릎에 힘을 넣고 말았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비명!

 

그래도 죽기 아니면 살기다-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약국에 들렀는데 아차차!!!

- 오늘이 쉬는 날(일요일)이냐!!! -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서 확인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일요일이었던 거다.

 

역시나 있는 힘을 다해 풀린 맥을 다 잡고서 되돌아왔다.

그러고는 원숫덩어리 컴퓨터 걸상(이렇게 아픈 까닭이 그놈 컴퓨터 걸상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앉았기에 다리 근육이 뭉쳐서 생긴 일이었거든)에 앉아 일요일에도 문 여는 약국을 찾아보았다.

- 휴일 지킴이 약국 - pharm114 -

https://www.pharm114.or.kr/common_files/sub1_page1.asp

 

그랬더니 내가 사는 지역에도 그날 문 여는 약국이 있었지만, 너무나도 먼 거리에 있었다.

- 음. 이 정도면 자전거로 30분이면 충분하겠군!!! -

 

마음을 다잡고서 자전거 열쇠를 챙겨 아파트 자전거 거치대로 다시 내려갔다.

자전거를 꺼내고는 그 자리서 바로 오를 수는 없을 테니까 넓은 아파트 마당까지 끌고 간 뒤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으려는데 그게 잘 안된다.

 

그 순간까지도 무릎을 들 수 없으니까 쉽게 탈 수 없다는 걸 몰랐다.

그런 탓으로 맨 처음 페달 밟는 발을 바꾸고서 어찌어찌하여 겨우 두 발 모두를 페달에 올렸는데 멀쩡한 무릎에 먼저 힘주고 반 바퀴를 돌아서 다음 페달을 밟는 순간에 내리찍는 고통에 나는 그만 소스라치고 말았다.

 

- 아차! 무릎이 아프니까 페달을 못 밟잖아!!! -

역시나 죽을힘을 다해서 다시 우리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아파트로 들어와서는 잠자는 동생을 깨워서 약국에 데려다 달라고 할까-

차라리 나는 그냥 집에 있고 동생더러 녀석의 차로 약을 사 달라고 할까-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다른 동생한테 약 좀 사 달라고 할까-

 

그렇게 별생각을 다 했지만, 여태도 참았는데 하루 더 못 참을까-

 

무릎은 아파 죽겠는데 그 밤은 어찌 그리도 길었을까-

이렇게 아프니까 다시금 깨닫는다.

 

그 옛날 변비 탓에 배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을 때 만삭의 산모가 그 막판에 겪었을 고통의 천만분의 일이라도 느꼈던 거처럼 이번엔 다리 무릎 신경통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의 아픔도 얼마나 클지를 어슴푸레 짐작했다고나 할까-

 

마침내 평일(월요일)이 되어 그 이른 아침에 약국 가보려고 했다.

막상 나서려던 참에 약국 문 여는 시간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갈 일도 아닌 듯싶더라!

 

얼른 지도에서 약국을 찾고서 근처 약국마다 일일이 짚어서 영업시간을 조사해봤다.

약국마다 제각각이네!

약국 문 여는 시각이 어떤 곳은 여덟 시 반 / 어떤 곳은 아홉 시!

 

우리 아파트 약국은 아홉 시더라!

내 걸음걸이 속도를 견주어 평소 5분이면 갈 거리를 15분이나 앞당겨서 현관문 밀치고서 나갔다.

 

내 예상과는 달리 얼마나 서둘렀던지 막상 약국에 도착하니 10분도 채 안 걸렸다.

약국도 방금 셔터를 올렸나 보더라.

 

그 비용(6천 원)은 전번과 같았는데 약을 뜯어 봤더니 그 구성이 약간 다른 듯 보이더라.

어쨌든 그 약을 사 오면서 여전히 무릎은 아팠지만, 인제 마음에 여유가 생겨 우리 아파트 입구에 놓인 '공중전화기 부스'가 눈에 들어오는데-

- 야~ 저놈이 지금도 있네! -

- 아무래도 옛날에 그놈이 아닌 거 같은데 -

- 20여 년 전 그때는 카드로밖에 안 됐던 거 같은데-

 

그렇다! 20여 년 전 이 집으로 맨 처음 이사 들어왔을 때도 나는 '공중전화기 부스'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에 봤던 그놈이나 지금의 이놈이나 같은 전화기일 수도 있겠다.

 

그 시절에도 분명히 블로그 같을 게 있었을 테니까 혹시나 하는 맘에서 블로그(다음 블로그를 계승한 티스토리)를 뒤져본다.

그러나 그 블로그 첫 글이 한참이나 뒤인 2008년에 시작했더라.

 

지금도 여전히 무릎은 아프지만, 인제는 그렇게 심한 편이 아니기에 어제 그제보다 한결 편하다.

 

~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