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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거기 살았던 시절(고향 생각)이 떠오를 때면^
타국도 아니고 일이백 킬로미터로 지척이지만, 막상 집 떠나서 고향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몸이 멀쩡하다면 또 다른 사안일 수도 있겠지만, 부실투성이가 몸으로 내려가기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고향? 하면 눈에 밟히는 게 많습니다.
어디선가 초 집을 보면 초 집 본 대로 / 바윗돌 보면 바윗돌 본 대로 또 작은 목선이나 바닷물 보면 그것들 본 대로 고향 산천에 놓였던 그것들이 눈앞에 장막 쳐놓은 듯이 기억꾸러미를 온통 고향 쪽으로 끌고 갑니다.
어제는 무슨 일이었는지 그 시초도 모르겠지만,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몹시 어렸을 때 그 함자 들었지만, 친할아버지 함자와 섞인 탓인지 지금은 그 이름도 아득하네요.
친할아버지는 그래도 돌아가신 지 겨우 3, 40년밖에 안 되기에 그 용안이 선명하지만, 외할아버지는 사실 그 용안도 몰라요.
제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가셨다네요.
그래서 할아버지 인생사(?)에 관한 거라면 전부 어머니께 들은 게 전부지만, 늘 그리웠어요.
제가 바닷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 어머니 그랬거든요.
'할아버지 살아계신다면 딱 널 데리고 바다에 갔을 거다!!!'
그곳에 살 때 저는 밀물(들어오는 물) / 썰물(나가는 물)에 맞춰 일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 흐름(밀물 썰물에 따른 조류 방향)을 잘 이용하면 둘이 할 일(한 사람은 노 젓고 나머지가 그물 걷거나 치는 일)을 홀로 할 수(한 손으로 노 젓고 나머지 손으로 그물 걷거나 치는 일)도 있었으니까-
바다 일은 숙련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아무리 물에서 날고 기도 자칫 순간적 실수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물이나 밧줄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 거기에 몸에 걸친 옷가지나 발목이라도 걸렸다간 그대로 물속으로 처박힙니다. -
- 그런 순간에 아주 운이 좋으면 살아서든 죽어서든 그 자리서 떠오르고요, 대부분은 아주 멀리까지 떠내려가기에 그 시신 찾는 것도 며칠씩 걸리거든요. -
어쨌든 나는 바닷일이 좋았답니다.
아마도 그랬으니까 우리 외할아버님 생각이 더 났을지도 몰라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산중에서 바닷가로 이사 내려왔는데 그 시절엔 근처에 동력선(기관이 달린 배)이 아예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돛대 여러 개를 단 커다란 배가 독(김장, 고추장 등을 담은 도기)을 싣고 와서 팔고 가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동력선은 아니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보다 이전 시절에 돛 하나에 의지해서 먼 바다로 나가서 고기잡이나 장사 일(장돌림) 했다는데 그 수고로움이 엄청났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 자리 말만 들었지 실제로 얼마나 먼 거린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집 앞으로 거대한 섬이 거금도(전남 고흥군 금산면)지만, 집(전남 고흥군 풍양면 풍남리)에서 노 저어 가려면 한 시간을 저어도 거기 못가거든요.
그런데도 저 멀리 초도를 넘어 거문도까지 오가면서 고기 잡으셨다는데 우리 할아버지 그 고통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하루에 두 번 오가는 조석의 밀물 썰물도 잘 만나야(조류 방향은 좌우로 흐르고 어로는 남북이라서) 오가는 것이 편했을 거고, 또 하나 만난 바람이 하늬바람이든 샛바람이든 드나드는 일머리에 따라서 편할 수도 고될 수도 있는 거라서 보통 일이 아녔을 겁니다.
아마도 요트 몰아본 분들은 조류 방향과 풍향이 요트 가려는 방향과 어떻게 얽히는지 잘 아실 거예요.
아~ 할아버지 / 우리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 인자하셨지만, 성품이 곧았어요.
그 옛날 가세는 좀 기울었어도 뼈대 가문이고 성품이 곧다 해서 딸(우리 어머니) 시집을 보냈다는데 시집 보내놓고 그 첫날에 사돈댁을 찾았는데 차려준 상이 얼마나 빈약했던지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는 그대로 집으로 와서 방문 걸어 잠그고 누워버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 아이고 내가 속았다! 아이고 내가 속았다! 내 딸을 어이할꼬??? -
- 그래도 선비 집안이고 나고 기었다는데 제 입 하나는 챙길 줄 알았건만 흑흑^^ -
결국은 우리 외할아버지 그 길로 돌아가셨답니다.
제가 몇 년만 더 빨리 태어났어도 우리 할아버지 그대로 보내진 않았을 거예요.ㅍ
그 고난의 일정 치하에서도 딸을 귀하게 여겨 그 시절에 세상에나 가방을 메서 딸 학교에 보냈을 정도였던 분이셨는데….
할아버지 / 저도 억울합니다.
제가 우리 어머니 말고 다른 몸을 빌려서라도 할아버지를 뵈어야 했는데...
우리 할아버지 우리 외할아버지…. 원통 절통합니다.
~ 할아버지 두 분께 바치옵니다!~ ^^ ~
출처: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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