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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아니라 건망증이라고 고집부리고 싶은데….

 

며칠 전엔 주문해놓고 그토록 기다렸던 데스크톱용으로 쓰는 건전지(CR-2032)가 왔습니다.

컴퓨터에 그거 끼우는데 20~30초면 충분할 테지만, 그래도 서두르진 않기로 했어요.

 

예전에 한 번은 다급한 마음 따라가다가 메인보드 어느 부분이 드라이버 끄트머리에 꽉 눌려서 합선되어 비싼 돈 들여서 샀던 그걸 망가뜨렸던 적도 있었고요, 다른 날 어느 때는 중앙 전원 장치를 새로 샀는데 그 역시도 잘 들어가지 않는 걸 억지로 끼우려다가 코드 여럿 중에 어떤 놈이 단락되어 무용지물 됐던 적이 있었기에 제아무리 가벼운 작업이라도 조심하려고 애씁니다.

 

그렇게 맘가짐은 괜찮았는데….

 

드디어 이번에 들여온 건전지 하나를 빼낸 뒤 본체를 살짝 옆으로 젖혀서 건전지를 끼웁니다.

그러고는 전원을 넣은 뒤 전원 버튼 눌러서 컴퓨터도 켜봅니다.

 

건전지를 새로 끼웠기에 바로 켜질 줄 알았는데 건전지 없이 켰을 때처럼 바로 켜지지 않고 꺼졌다가 켜지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드디어 켜졌습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무슨 까닭에선지 이미 깔린 부속품(마우스, 키보드, 사운드카드 등) 중 드라이버 일부를 업데이트하는 것 같았어요.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고 일단은 컴퓨터 끈 뒤 본체를 바로 세워서 제자리에 두고 나머지도 정리해야 했었습니다.

컴퓨터를 켜둔 채 일하는 건 정신이 사납잖아요!

 

완전히 끄고서 제자리에 둔 뒤 이제는 그날 들어온 건전지 중 나머지를 처리할 차례입니다.

멀리 두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가까이 두는 게 상책일 듯싶었어요.

 

마침 모니터 뒤쪽으로 적당한 상자가 보이네요.

거기엔 작은 상자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아주 가벼웠고 나머지는 약간 더 무겁더라고요.

 

일단은 가벼운 것부터 열었는데 아뿔싸! 이게 뭡니까?

그 안에 제가 예전에 그토록 찾았던 'CR-2032'가 듬뿍 들었습니다.

 

'어! 저것 동생 놈한테 다 준 줄 알았는데 그럼 그때 줬던 건 뭐였지???'

내 기억이 왜곡됐나 아니면, 그때 준거는 당시에 눈에 보인 것들 모두를 챙겨줬었나….

그것도 그거지만, 전에 찾을 때 분명 그 자리도 뒤졌었는데 전혀 못 찾았다는 것도 수상했어요.

 

'기왕에 찾았으니까 모두를 한데 두고서 인제는 상자에 물건 이름을 써두자!'

그런 맘으로 그 둘 모두를 상자 하나에 담고서 나머지 상자를 열어 봅니다.

 

그런데 그곳엔 쓰지 않은 휴대전화 두 개가 들었네요.

외관도 괜찮고 촬영 사진도 멀쩡했건만, 안드로이드 버전이 낮아 카톡이 불가능했던 핸드폰이나 카톡은 가능했지만, 나머지가 너무 조잡하여 일상에서는 불편해 쓰지 못할 기기 등이 이것들 말고도 더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놓인 놈들까지 모두 모아 그 상자에 담았지요.

 

인제는 상자 겉면에 '이름표' 붙일 일만 남았네요.

집안 어딘가에는 접착이 가능한 '라벨'일 있었거든요.

 

서랍을 뒤지는데 그냥 보입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고 며칠 전에 '중앙 전원 장치' 고장 여부 확인하려고 그토록 찾았던 '클립'이 플라스틱 곽(90개가 들었음) 채로 아직 개봉도 안 한 채 있습니다.

 

이쯤이면 '건망증'이 아니라 '치매'라고 해도 무방할 테죠???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인제 갓 예순인데 / 촌에 가서는 청년 축에도 못 드는데 / 내 맘은 지금 19금 영상만 봐도 떨리고 숨 가쁜데 / 어떡하면 좋아요!!!

 

치매나 건망증이나 머릿속 하얗기에 오십보백보잖아! / 그래도 난 치매보다 건망증을 고집할 거야!!!

 

- 무섭거든요 -

- 내 나이 백 살(만으로 100살) 되면 술 한잔하려고 기다리는 중인데 / 그날이 아직도 40년도 더 남았는데….

 

~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