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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더라!

 

잠결에 발끝으로 뭔가가 걸려서 거치적거렸습니다.

귀찮으니까 확 밀었는데 발끝(오른쪽 엄지발톱 부위)이 따끔거리데요.

 

아무래도 예감이 불길했습니다. 그런 맘으로 조심스럽게 일어나면서 보는데 그것 엄지발톱이 뒤로 벌러덩 까져버렸네요.

그러면서 검붉은 것이 느릿느릿 방울져서 방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이미 이불 한쪽 편으로도 그 붉은 피 적셨기에 얼른 옆으로 비켰거든요.

 

그 긴박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없대요.

- 우선은 이불이라도 살려보자! -

- 그다음에 피난 자리 어떻게 응급처치하여 병원으로 가보자! -

 

윗도리는 속옷 차림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아랫도리엔 운동복 바지라도 걸친 상태였네요.

그 상황에서 바지 쪽으로는 도저히 거들 수가 없었거든요.

 

병원에 가려면 최대한 상처 부위를 보존한 상태로 감이 나을 성싶기에 맹렬한 속도가 아녔기에 피나는 부위 곁으로 약솜 두어 장을 발가락 사이로 끼우고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아무리 위급한 상탤지라도 자다가 깬 덥수룩한 모양새로 병원을 찾을 순 없는 노릇이었거든요.

 

발톱이 벗겨진 상태라서 그 자리가 매우 아프네요.

그런 상태로는 제대로 세수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충 얼굴 이리저리 밀치고 까치집 지은 머릿결엔 물기를 올려 빗질해댑니다.

 

점퍼를 닮은 윗도리를 걸친 뒤 지갑이며 핸드폰 그리고 마스크까지 차고서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서 나가보는데…. 이런! 아차차!!^

우리 아파트에 지금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중이란 걸 깜빡했지 뭡니까?

 

천상 1층 바닥까지 난간을 붙잡은 채 계단을 타야 했습니다.

슬리퍼에 아픈 다리 절룩거리면서…. 힘들데요. 아프데요. 그래도 이 앙다물고 꾹꾹 참고 내려가서 이제는 또 우리 아파트 병원까지 찾아가야 했습니다.

 

그 길이 성지순례라도 되는 양 한 발 한 발 숨죽이면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찾아갔지요.

 

그러나 / 주말이라고 / 병원 문이 닫혔습니다.

 

우리 아파트 병원은 '개인 병원'이지만, 그래도 길 건너서 제가 코로나 접종했던 병원은 몇 개의 병원이 합쳐진 마치 종합병원처럼 모양새를 갖춘 병원이기에 이런 날도 열렸겠지,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절룩거리면서 이번엔 그 병원을 죽 사살 자 찾아갔지요.

 

그러나 / 그 병원 역시도 / 같은 이유로 문이 닫혔네요.

 

그 자리서 몇 블록쯤 떨어진 거리에 실제로 우리 지역(광주광역시)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의 커다란 종합병원이 있거든요.

제가 '드론 운용 자격'에 필요한 '신체검사'를 그 병원에서 몇 달 전에 했었어요.

 

거기까지가 겨우 1, 2km에 불과하지만, 도저히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 이럴 때 택시 안 타면 언제 택시 타냐!!! -

 

아무래도 이 거리 저 거리가 교차하는 교차로 부근이 택시 잡기 좋을 것 같아서 기다려보지만, 빈 차가 안 보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아픈 다리 끌고서 찾아가려는 병원 쪽 방향으로 가서 기다려 봅니다.

 

다리는 아파서 죽겠고 / 택시는 나타나지도 않고 / 버스로 겨우 한두 코스인데 버스를 탈까?

차라리 집으로 가서 자전거를 끌고 나올까??

 

아니야 / 이런 순간에 종합병원에 가면 치료비로 독박 쓸 게 뻔해 / 차라리 집으로 가서 니퍼로 덜렁거리는 발톱 끊어버리자!!!

 

택시도 / 버스도 / 자전거도 아니고 아예 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기로 했지요.

그렇게 다시 계단 타고서 올라와서는 서랍에서 빨간 니퍼를 꺼내 들었죠.

그러고서 덜렁거릴 거로 여겼던 발톱을 건드려 보는데 벗겨지긴 했어도 이미 딱딱하게 그 자리에 굳어버렸네요.

 

이 상태로는 어떻게 자를 수도 없습니다.

- 하는 수 없군. 내일 날이 밝거든 동네 / 아니 우리 아파트 병원으로 가자@!@!@ -

그러면서 그 자리에 대일벤드 같은 걸로는 턱도 없을 테니까 반창고를 닮은 얇은 테이프로 엄지를 포함해서 발가락 다섯 개를 뭉뚱그려 하나로 돌돌 감았습니다.

이 상태라면 적어도 내일 병원을 찾을 만큼의 시간과 품새를 갖춘 거 같습니다.

 

넉넉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여유가 됩니다.

어제 동생이 시장에서 사 왔다는 꽃게라면서 어머니가 보여주네요.

 

배딱지가 넓지 않고 뾰쪽한 걸로 봐서 암게가 아니고 수게입니다.

이럴 때 보통은 암게보다는 수게가 살이 없으니까 암게에 비해서 훨씬 싸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삶아보니 수게인데도 제법 살이 통통합니다.

== 끼룩끼룩 너희가 게 맛을 알아^^^!!! ==

 

밥솥에 밥이 있었음에도 꺼내지도 않고 그것 꽃게만으로 뒤늦은 점심을 해치웠어요.

 

그러고서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 모니터에 전원을 넣고서 컴퓨터 스피커를 컴퓨터 책상 쪽으로 돌리려는데 무슨 일에서인지 녀석이 앙탈합니다.

저는 방바닥에 놓는 스피커와 컴퓨터 책상의 스피커에 각각의 '사운드카드'를 씁니다.

 

그래서 이쪽에서는 이놈(Pc1)으로 저쪽에서는 저놈(Pc2)을 연결해 쓰는 편이라서 그 연결 소스(cmd)를 작업표시줄에 꺼내 둔 채 써먹었는데 이 순간에 놈이 발악하네요.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지금 이 상황이 꼭 그 꼴이라나! 흑흑흑^^^

 

~ ^ 비너스의 공식 ^ ~

 

이것 고치려고 애쓸 것 없이 며칠 전에 외장하드로 백업해둔 이미지가 있으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그걸 써서 복구해볼 생각입니다.

무리 없이 그거라도 잘 됐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