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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증서 있으면 굳이 공인인증서가 필요치 않네!

 

날씨가 더우니까 먼저 간(?) 누군가가 떠올라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벌써 몇 달째 녀석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넘겼던 거가 걸리기도 했었고요.

 

- 하늘나라에서 추운 밥 더운밥 안 가리겠지만, 녀석 성정으로 보면 거기서도 조직 사업하느라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거예요 -

- 그런 의미에서 맛난 하드가 나올는지는 모르겠지만, 싸도는 동안 땀 차면 하드나 뽑으라고 껌값을 넣으려고 했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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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인인증서를 넣어야겠지? -

- 컴퓨터 앞쪽의 두 포트는 인증서 인식을 못 하고 뒤쪽은 남은 포트도 거의 없을 텐데 일단 연장선을 꽂아 앞으로 길게 늘어뜨리자! -

 

좁은 틈바구니에서 모니터 전원을 뽑고 한쪽으로 비켜 세운 뒤 컴퓨터 본체를 살짝 돌려서 뒤쪽에 USB 포트가 있는지 확인해봤죠.

본체에 달린 포트는 이미 마감이 됐고 대신에 개중에서 허브와 연결된 놈이 있는데 그것 허브에 두 개의 여유분이 있습니다.

 

거기서 하나를 골라서 USB 연장선을 달고 공인인증서 카드를 꽂았었는데….

막상 금융 그룹에 들어갔더니 다른 건 묻지도 않고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하나에 액티브엑스 몇 개를 깔아달라네요.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은 이미 깔렸는데도 자꾸만 깔아달라고 그럽니다.

나중에 보니 이놈의 '사용 승인'이 필요하다네요.

그걸 또 어떻게 푸는지를 몰라서 한참이나 이것저것 눌러보는데 어느 순간에 풀리어 더는 그것 설치를 종용하지 않았어요.

 

액티브엑스는 전체 설치 버전으로 설치했는데 그러고 나니까 드디어 화면이 좀 더 자세히 보입니다.

[금융인증서]와 '공인인증서'로 불러도 무방할 [공동인증서] 버튼이 나란히 있네요.

 

다른 데 볼 것도 없이 [금융인증서]를 선택했지요.

늘 그랬던 거처럼 이번에도 핸드폰으로 신원조회를 합니다.ㅍ

확인해줬더니 곧바로 다음 절차로 이어집니다.

- 응 공인인증서 없이도 금융인증서로 가능하겠네!!! -

 

거기까지는 이상 무!

드디어 하늘나라의 그놈 번호를 때리는데 그 '유효성 검사' 해보니까 이 번호는 거래할 수 없는 번호거나 번호를 잘못 입력했다고 합니다.

몇 번을 더 눌러봐도 대답은 매한가지였기에 깜짝 놀랐어요.

 

'이분이 통장을 해지하고 다른 통장으로 바꿔버렸을까?'

'나와의 껌값 놀이가 물렸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도 큰일 났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누군가에 이 상황을 물을 수도 없는 처지라서요.

 

그러다가 문득 기발한 게 거기 보였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은데 대략 이런 뜻의 버튼이었어요.

[금융 이체 명세]

 

얼른 눌러서 확인했었죠.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전에 녀석과 놀았던 껌값 건이 걸려듭니다.

 

일단은 마우스로 쭉 긁어서 복사한 뒤 제 컴퓨터에 저장해 둔 그것과 비교해 봅니다.

제 컴퓨터 내용에 숫자 하나가 빠졌네요.

그리하여 그걸 수정한 뒤 아까 찾은 이체 명세에서 그 번호를 눌러 상대방 번호를 확정 지었죠.

 

그걸 마치고는 혹시나 해서 공과금 조회해봅니다.

어렴풋이 짐작이야 했었지만, 실제로 내용이 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과금을 내고도 계좌에 약간의 여유가 보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껌값 쓸 때 조금 더 써도 무방했잖아!!!'

이제 와서 또 쓰자니 상대에게 부담감만 줘서 영원히 끊고 살자 해버릴 텐데….

 

몇 번이고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접기로 맘먹습니다.

이번 달과 다음 달 초 사이에 내야 할 공과금이 한 번 더 남았고요, 그보다는 두 번째 이유로 완전히 남남 되는 게 우선은 겁났습니다.

 

겁 / 겁 / 남자도 때에 따라선 겁을 먹습니다.

 

인제 남은 건 작업표시줄에도 줄줄이 늘어선 아까 깐 액티브엑스 지우는 일밖에 없겠습니다.

 

친구야 / 네 마지막도 지금의 저것들처럼 가볍게 지워서 너의 해맑은 눈 / 그 뽀얀 입술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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