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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저 죽일 놈의 꼬락서니^
며칠 전에 올린 글의 글머리엔 죽어도 보기 싫은 그 개 소갈머리 둘이 히죽거리며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실렸다.
나는 그 싹수없는 놈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다른 이가 쓴 글을 옮겼던 거고 또 그 내용 자체가 그 꼬락서니들 놓인 지리적 위치와도 매우 상관관계가 깊은 글이라서 떼려야 뗄 수도 없는 모양새더라.
그랬는데 어제는 그 꼬락서니 앞에서 엉뚱한 착상이 들어찼다.
'꼬락서니? - 꼬락서니?? 그건 꼴이잖아!!!'
그렇게 '꼴'을 떠올리자 아주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아주 잠깐 키웠던 '외삼촌네 소' 생각이 났다.
그 시절 시골에서의 소!
그건 하늘만큼이나 커다랗고 중요한 존재였다.
나중엔 시절이 좋아져 논밭을 일굴 때 소 대신 경운기 혹은 트랙터 등의 현대 장비를 써서 일궜지만, 그 당시엔 소가 없으면 죽었다가 깨도 논밭을 경작하는 건 불가능했었다.
그건 누구나 알다시피 선사시대부터 내려온 역사적으로도 전통적으로도 농사에서는 '소는 곧 하늘'이었다.
그랬던 존재였기에 시골에서도 그 사는 형편이 어지간하면 집집이 다 키웠던 존재였었다.
그랬기에 우리 마을 6, 7십 호 중 그 절반 이상에서 소가 있었다.
그 당시 집에서 기르는 가축 중 초식동물 대부분은 요즘처럼 사료가 있어 사료를 썼던 것도 아니고 순전히 방목으로 키웠었다.
그걸 요즘 말로 초등학교 다녔던 그 초등학생이 학교를 나와 하교 뒤에는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소를 끌고서 마을 위쪽 깊고 넓은 골짜기로 가서 소고삐를 소뿔에 칭칭 감은 뒤 다른 동무들과 함께 일제히 산으로 내쫓는 방식으로 그 방목이 시작됐었다.
그러면 여러 소 가운데 우두머리급이 이끄는 대로 나머지가 졸졸 따르면서 산천을 싸돌다가 날이 이슥히 어두워지면 또 모두를 끌고서 내려왔었다.
그렇게 소를 기르던 여럿 가운데 그 시골에서 내가 가장 존경했던 어떤 형님네도 소를 길렀었는데-
하루는 그 형님의 어린 여동생이 소를 먹이려고 밖에 나갔는데 여러 동무가 모이는 자리에 못 미쳐서 '쉬'가 마려웠나 보더라.
그랬기에 소가 저 홀로 멀리 가지 않게끔 소고삐를 그녀의 몸뚱이에 칭칭 감고서 '쉬'를 보는 중이었는데 소가 급했던지 마구 끌고 가더래.
어린 소녀가 치맛자락 제대로 추스를 틈도 없이 몸에 두른 그 고삐 풀 여가도 없이 못된 놈의 소가 마구 끌고 가는 거야!
아주 잠깐 그런 뒤 이놈이 인제는 날뛰었다네! - 소가 왈렸다!
몸에 감았던 소고삐는 풀릴 새도 없이 더욱 옥죄었을 테고 소녀는 넘어져서 일어날 새도 없었을 테고….
결국은 그렇게 한참을 헌 신발짝처럼 날뛰는 소한테 끌려가다가 높다란 논밭 둑에 그 몸이 콱 처박히니까 결국은 멈췄어!
여기서 더는 [상상 금지!!!]
소녀의 죽음을 뒤로하고 내가 사랑했던 우리의 위대한 형님!
그 소를 처분해야겠는데 마땅한 처소가 없어서 고심하다가 옆 마을에 사는 우리 외삼촌을 떠올린 거야!
바로 옆 마을이어도 그 행정구역[면 단위]이 달랐기에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어 지금의 한중/한일 관계처럼 가까우면서도 먼 거기가 바로 옆 마을(우리 어머니 친정 동네)이었지.
그랬던 외적 환경에서도 워낙 발이 넓고 깊었던 동네 그 형님과 우리 외삼촌 어느 순간에 절친 됐던 걸 우리도 알았지.
그렇게 하여 그 소가 아주 잠깐 우리 집에 머물 일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제가 소를 키워본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내가 언제 소를 키워봤어야 그 주제를 알지!
동네 다른 조무래기처럼 밖으로 끌고 가서 방목도 따라 해보는데 서툴고 떨리더군.
또 집 마당에 묶어 뒀을 땐 소 꼴(여물 - 소가 먹는 잡초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을 베다 주라는데 내가 뭘 아나!
들의 논밭에 아직 작물을 제대로 파종하지 않은 공터엔 '복새'라는 풀이 흐드러졌기에 이런 순간에 꼴 베는 거에 서투른 나로서는 이건 그야말로 감지덕지했었다.
※ 복새 2 - '둑새풀'의 방언, 둑새풀 - 볏과에 딸린 한해살이풀이나 두해살이풀, 말과 소의 먹이
['사람을 죽인 소'를 꼭 여기서 키워야겠어!!!] 동네 주민들 성화에 못 이겨서 그 소^ 외삼촌 손에서 오래가지 않았지.
그 두 분이 저세상 사람 된 것도 어느덧 스무 해가 넘었군!
어제는 어머니와 우연히 외삼촌 이야기 나누던 중 우리 어머니 말씀에 깊은 회한과 서러움·그리움이 가득한 걸 보았어!
- 그러고 보니까 네 외삼촌 친구 중 남은 놈은 하나도 없구나!
- 어쩌자고 모두가 그렇게 빨리 가버렸을까?
- 어구~ 그 귀한 종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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