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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세수하려다가 허리를 삐었다.

 

키가 너무나도 작아 짤막한 것도 서러운데 신체의 비중 또한 하체에 비해 상체가 유독 길다.

보통 사람이 가진 신체 비율이 아니기에 그 억울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다.

 

쉽게 말해서 '선키는 유치원 급'으로 유치했었는데 '앉은키는 성인급'으로 길기에 동료들과 둘러앉으면 내 대갈통이 매우 높은 축에 들기에 '엉뚱한 오해(?) 사기에 딱'인 셈이다.

한마디로 '모태 장애'를 갖고 살아온 셈이라고나 할까나!!!

 

어렸을 때는 마대 가득 고구마를 담아 산밭에서 져 내렸던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 지게 짐을 홀로 지다 보면 허리 굽혀서 무거운 짐을 지고 일어서는 순간에 허리가 꺾이기도 했었다.

지게를 져봤던 분들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건지 알 거다. - 짐 무게에 못 이겨 꺾여서 뒤로 넘어가 버린 허리~! -

 

그건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었다. 그런데도 져 내릴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 일이십 분을 쉬었다가 짐 지는 걸 다시 시도하는 수밖에-

 

지게에 짐이 많을 땐 뒤에서 누군가 밀어주면 가볍게 일어설 수가 있다.

그렇지만, 밀어줄 사람이 없으니 홀로 일어서는 수를 찾아야 했었지.

 

'엄청난 무게의 짐'이 앞으로 기울였을 때 잔뜩 굽은 무릎을 세워 일어나려는 방식 즉 '관성의 법칙'을 써서 그것 고구마 말고도 다른 모든 무거운 짐 질 때도 그 방식으로 졌었다.

그건 남들도 다 홀로 질 때는 그럴 거다.

 

그러나 그렇게 일어나다가 무게 추가 짐 쪽에 더 가깝게 기울어 버리면 '얼른 포기해야 하는데' 쏟아져 버린 짐을 다시 짜기도 어려울 테고 그 짐이 생물일 경우 부서질 수도 있어 버티고 버티다가 그 짧은 순간에 허리가 꺾이는 거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아버지' 계셨기에 무거운 짐 질 일이 거의 없었는데 중학교에 들어서서는 안 계셨기에 집안의 장남으로서 집안에서 '남자 일'의 대부분은 내가 담당했어야 했다.

그런 허리로 학교서나 동네서 '보리 베기'나 '모내기봉사' 다닐 적에 허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동네서 중3 때는 '동네 아이들의 그 무엇'을 맡았기에 빠질 수도 / 나태할 수도 없어 그 봉사가 끝나고 밤이 오면 끙끙 앓아야 했었다.

지게 지다 꺾인 게 아녔기에 덜 했지만, 걸핏하면 허리를 뼜던 탓이다.

 

그 '기질'은 이삼십 대 성인을 지나 중년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계속하여 멈추질 않고 이어지더라.

 

어이없게도 며칠 전엔 세수하다가 허리를 삐었다.

 

그렇게 허리를 삐니까 우선 바닥에 앉을 수가 없어 기존 방식으론 양말도 못 신겠다.

식탁이 아니라 바닥에 '앉은뱅이 상'으로 식사를 하는 편인데 '양반다리'로도 '다리를 쭉 뻗고도' 오래 앉을 수가 없으니 그렇게는 밥도 제대로 못 먹겠다.

 

그걸 보신 어머니께서 한사코 '파스'를 권한다.

내 몸엔 파스가 안 맞는다고 그렇게 고집했어도 우리 어머니 어찌나 성화를 내시던지 - 결국은 붙였었다.

 

이 파스 몇 년 전 커다란 산재로 겨우 살아난 막냇동생이 그 후유증 치료차 나다니는 병원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이번엔 얼마나 많이 가져왔던지 열 포 스무 포도 되겠다.

 

나는 평생을 파스 같은 거 안 붙였다. 대신에 성인이 돼서는 허리를 삘 때마다 하루 이틀 견디다가 안 나으면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먹었다.

'근육이 놀라서 그런 거'라며 '근육통 치료제'를 준다. 그 약이 고가가 아니고 비교적 싼 편의 약이다.

 

그렇게 약을 받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해지면 그야말로 '땅을 치고 후회한다!!! - 진작에 약을 사 먹었으면 그 고생 안 했을걸….'.

이번에도 약국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녔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좀 더 버텨보자는 생각에 잠시 주춤한 사이 파스를 붙였으니….

 

기왕에 붙였는데 그 첫날은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서 양쪽 발바닥에 하나씩 붙였다.

딱히 약효를 바라진 않았지만, 그래도 발바닥이 신체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라는 걸 알기에 아무려면 머리에 붙이는 것보다는 나을 성싶었다.

그러나 한나절이 지나니까 말려서 덕지덕지했을 뿐 허리 아픈 게 도리어 더 심해진 느낌이랄까….

 

오밤중엔 발바닥에서 떼어내고 허리(옆구리)에 두 장을 붙였다.

 

다음날 낮엔 이도 말려서 너덜거리기에 떼고 다시 두 장을 더 붙였다.

난생처음으로 양 이틀이나 파스를 붙여 삔 허리를 고쳐보려 했지만, 무용지물이더라.

 

어젯밤엔 파스고 뭐고 아무것도 안 붙인 채 방에 누웠다.

허리가 아프면 반드시 눕는 게 통증이 올라와서 거의 불가능하다.

 

통증 탓에 좌우 돌려 누우면 조금 편하기는 하던데….

이리저리 뒤척이니까 허리에 붙였던 파스가 그리도 쉽게 떨어져서 너덜거렸나 보다!

 

어젯밤엔 반듯하게 누운자세로 자려고 안간힘을 다 썼다.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스스로 고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TV 겸용의 모니터에 여섯 시간짜리 '폭풍우 몰아치는 영상'을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도저히 못 참겠으면 아주 잠깐 옆으로 몸을 뉘었다가 이내 바른 자세로 돌려 잠 청하길 몇 시간!

 

드디어 어느 순간에 잠이 들었나 보다.

잠이 깼는데 개운한 느낌이다.

 

그토록 아팠던 허리가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

나는 지금 헐벗은 차림으로 TV 겸용의 모니터 앞에 다리 뻗고 앉아 이 글을 쓰는 중인데 이런 자세로 이렇게 오래 앉는다는 건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이다.

 

- 내 짐작(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다!)이 / 내 확신이 옳았어!!! -

 

지난 며칠 허리에 붙여둔 파스 탓에 샤워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 글 올리고 나서는 이부자리 개고 샤워부터 해야겠네!

 

 

~ 사랑 ~